2019년 8월 내로라하는 미국 대기업 CEO 180여명이 획기적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회사가 더는 주주이익에만 집중하면서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성명 발표는 널리 보도됐고 직원, 환경, 공급업체, 지역사회의 이익을 더 진지하게 고려하는 새 시대 비즈니스의 도래를 알리는 듯 보였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 성명에 참여한 기업이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했을 때 직원을 해고할 가능성이 다른 기업들보다 20% 더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명한 기업들은 구호활동에 기부하고, 고객에게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팬데믹 관련 상품으로 생산을 전환하는 확률도 더 낮았다. 그러는 동안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는 20% 더 많은 자본금을 지불했다. 이 기업들이 선한 의도를 밝혔지만 막상 그 약속이 진정으로 중요한 시기에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실하다.
거창한 약속을 했는데도 미국 재계의 행동은 어째서 별로 나아지지 않았을까? 지난 수십 년 동안 비즈니스를 이끌어온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기존 규범을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이런 규범을 벗어나려면 자연스러운 순리로 여겼던 뿌리 깊은 권력서열에 대항해야 한다.
이런 ‘자연스러운 질서’는 경제권력을 부유한 몇몇 사람의 손에 집중시켜 비참한 결과를 낳았다. 특히 불평등과 더 나빠진 자연생태계는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강자들마저 위협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자본주의를 개혁해서 모두의 생존과 번영을 담보할 수 있을까? 우리 연구에 따르면 권력이 편중될 때의 위험을 인식하고 실질적으로 권력을 분담해서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 리더는 재무적 성과만이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성과에 대해서도 책임져야만 한다.
극단적 권력 집중은 어떻게 작동하며 모두에게 해를 끼치는가
지난 50년 동안 CEO, 주주, 기업 이사회에서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권력이 집중돼 왔다. 권력이란 임원 채용, 보상, 경제 위기나 의료 위기 동안 회사의 우선순위 등 귀중한 자원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이들은 보통 그 권력을 이익과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사용했다. 이익과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목표는 1970년대 밀턴 프리드먼과 시카고 경제학파가 내세우면서 비즈니스의 정설로 자리잡았다.
반면 노동자들은 권력이 거의 없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다수 노동자에게 파업권, 노조결성권,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1935년 국가노동관계법(와그너법)은 노동자들이 힘을 규합하고 경영진, 주주와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수단을 제공했다. 그러나 미국의 노조가입률은 지난 40년 동안 20%에서 10.8%로 감소했다. 한편 CEO 임금은 1978년 이래로 1167% 인상됐지만 노동자 임금상승률은 14%에 그쳤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부족한 권력은 더 적은 권력과 돈을 야기하고, 더 많은 권력을 지닌 이들이 누리는 이점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