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은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자주 다룹니다. 사실 이 주제에 관해 중국 PC 제조사 레노버(Lenovo)만큼 어울리는 기업은 찾기 어렵습니다. 레노버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모리스빌과 베이징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입니다. 미국 본사가 있는 모리스빌은 미국 최대 규모의 첨단 과학기술단지인 리서치 트라이앵글에 위치해 있습니다.
레노버를 글로벌 기업으로 이끈 사람은 이 회사의 회장 겸 CEO 양위안칭(49)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양위안칭은 약 10년 전에 가족과 함께 베이징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이주했습니다. 얼마 전 저는 프레스톤우드 컨트리클럽에서 그를 직접 만났습니다. 마침 그는 레노버 직원 모임을 주재하고 있었는데 모임의 목적은 한편으로는 전략 수립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단합대회인 것 같더군요. 인터뷰에서 양위안칭은 세계 최고의 PC 제조사가 됐다는 흥분, 또 전 세계적으로 쇠퇴할 것으로 보이는 PC산업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들려주었습니다. (p.124 HBR 인터뷰 참조.)
세계 시장의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레노버는 오래 전에 채택한 세계화 공식을 고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공식에서 한 가지 독특한 요소는 경영 인력을 거의 전적으로 로컬 인재에 의존한다는 원칙입니다. 바로 이 전략이 레노버의 “신뢰 문화를 만들었다”고 양위안칭은 말했습니다. 실제로 전 세계의 레노버 직원 5만4000명 가운데 다른 나라에서 파견된 주재원은 50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레노버는 2005년에 IBM PC 사업부를 인수해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 후에 다양한 인기 제품을 생산하고 올해에는 IBM의 저가 서버 사업과 구글의 모토롤라 모빌리티 사업부를 사들이는 등 인수합병을 꾸준히 추진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포스트 PC’ 세상, 또는 레노버의 표현에 의하면 ‘PC 플러스’ 세상에서 승리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양위안칭은 애플과 삼성 같은 강자에게 도전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다른 기업들이 레노버에서 배울 점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팀과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요.
편집장 아디 이그네이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