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변동성 시대의 생존 전략
15년 전 헨리 키신저는 <미국에 외교정책이 필요한가?>라는 도발적인 내용의 책을 썼습니다. 소련과의 냉전이 끝난 이후 국가 이익에 대한 명확한 비전 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정책입안자들을 걱정한 것입니다.
이번 호에 실린 ‘기업에 국제정책이 필요한 이유’라는 아티클도 키신저의 책만큼이나 도발적인 주제를 다룹니다. 런던 국제전략연구소 소장 존 치프먼은 불안한 세계정세 속에서 이익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기업 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치프먼은 2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크림반도 합병부터 상황이 변했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유럽인들이 한 세대 동안 겪어본 적 없는 큰 규모의 전략적 위기였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유럽에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영국인들이 투표로 EU 탈퇴를 결정했습니다. 국제질서의 재편은 다국적기업에 새로운 글로벌 위기관리 접근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원인으로 치프먼은 몇 개의 메가트렌드에 주목합니다. 미국이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의 분쟁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으며, 공식적인 경제제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 개발도상국의 정치 불안정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메가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치프먼은 기업들이 정부의 전통적인 외교정책 수단을 ‘민영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보 수집, 동맹관계 탐색, 외국 정부와의 우호적인 관계 형성 등이 그가 제안하는 기업의 국제정책 활동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에 이는 극적인 변화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치프먼에 따르면 오늘날과 같은 지정학적 격동기에는 국제관계에 대한 전문성과 효과적 외교를 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기업 경쟁우위의 새로운 원천이 될 것입니다.
편집장 아디 이그네이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