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ARY ON ‘생산적 혁신’ 마케터의 실험, 가장 큰 죄악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류성락 직방 마케팅팀 콘텐츠파트 리드
콘텐츠 기획에서 A/B테스트는 무용한가?
2015년 직방에 합류한 이후 지금까지 직방이라는 모바일 서비스가 성장하는 과정을 조직 내부에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5년이 흐르는 동안 직방은 몇 차례 큰 규모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해냈고, 원룸 및 오피스텔 정보 서비스에서 시작해 지금은 아파트와 빌라를 비롯한 부동산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이용자 기준 국내 최대 부동산정보 앱으로 성장했다. 직방의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2019년 2800만 건에 다다랐고, 직방을 이용하는 회원 중개사무소는 4만 개에 이른다. 직방이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는 많은 요인이 있었겠지만, A/B테스트를 강조하는 마케팅 활동을 빼놓고 직방의 성공을 이야기하기는 힘들 것이다.
직방에서 하는 마케팅 활동은 ‘퍼포먼스 기반 마케팅(Performance Based Marketing)’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모바일 서비스가 주류가 된 지금은 퍼포먼스 마케팅을 표방하는 마케팅 조직이 많아졌지만, 직방에 처음 합류했을 당시 나에게는 퍼포먼스 기반 마케팅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직방 마케팅팀이 구사하는 퍼포먼스 기반 마케팅은 크고 작은 A/B테스트의 연속이다. 기획단계에서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다. 그중 가장 그럴듯한 아이디어를 다듬어 가설로 채택한다. 그 가설이 맞는지 검증하기 위해 비교군과 대조군을 만들어 테스트하고, 결과를 얻는다. 단순히 훌륭한 성과만을 얻는 것이 아니라, 가설 수립과 검증을 통해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고 성공의 공식formula을 발견하는 것이 직방 마케팅팀의 퍼포먼스 기반 마케팅 방법론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 누구도 예상되는 결론을 단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니어급 마케터의 의견이든, CMO의 의견이든 그것이 설득력 있는 가설이라고 판단된다면 동등하게 실험대에 오른다. 호기롭게 결과를 놓고 폭망하리라는 데 샴페인 한병을 건다거나 해서 사기를 꺾는 일은 없다. 테스트와 그로 인해 도출된 숫자가 이병철이요, 정주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