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략적 공급업체는 고객의 중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2B(기업 간 거래) 고객들이 구매와 관련해 갈수록 정교한(sophisticated)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매하려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자사 비즈니스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그저 경쟁력 있는 가격에 기본 사양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급자를 찾는다. 그리고 경쟁 업체들을 걸러낸 후 남은 최종 후보자들에게 ‘뭔가 더(something more)’ 제공해달라고 요청한다.
많은 공급업체들이 이 요청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다. 가장 상투적인 반응은 자사의 제품이 경쟁사에 비해 어떤 우월한 특징을 지니는지 강조하는 행위다. 만일 이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과정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는 둘 다 아니다.
우리가 3년간의 연구 프로젝트 끝에 발견한 바에 의하면 구매 담당자가 원하는 ‘뭔가 더’는 비즈니스를 확실히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로, 우리는 이를 ‘정당화 요인(justifier)’이라고 부른다. 정당화 요인은 고객에게 분명한 가치를 전달한다. 즉 최종 경쟁상황의 균형을 깨고 왜 특정 업체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확실한 이유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임대 회사는 계약 초기에 위약금을 물지 않고도 계약 해지가 가능한 선택권을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다. 건설회사는 경험이 풍부한 상위직급의 프로젝트 관리자를 배정해서 건축 프로젝트가 적시에 안전하게 완료될 예정이며 감사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고객을 안심시킬 수 있다. 또 표준 기술부품 유통업체는 포장재에 고객사가 사용하는 부품번호를 부착해서 고객이 재고관리 시스템에 입력할 때 납품업체 부품번호를 자사 부품번호로 일일이 바꿔야 하는 비용과 수고를 덜어줄 수 있다.
정당화 요인 혹은 균형 파괴 요인(tiebreaker)은 구매담당자가 회사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위임원들에게 입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비전략적 구매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업무는 어려우면서도 생색이 나지 않는다. 그들은 거래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완료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구매한 제품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비난의 대상이 된다. 반면에 비즈니스를 잘 이해하고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해도 인정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쉽게 말해 구매 담당자들을 이렇게 틀에 박힌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그들에게 가시적인 ‘성공’을 안겨줘야 하며 이는 공급업체 스스로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즉 고객사로부터 더 많은 주문을 기대할 수 있으며 고객이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고액에 가까운 가격을 받아낼 가능성도 생긴다.
공급업체는 왜 고객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하는가
전략적 구매에서는 공급업체가 제안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뚜렷하게 차별화된다. 대부분의 구매는 비전략적이다. 하지만 많은 비용이 지출된다는 점에서 역시 매우 중요하다. 기업들이 수행하는 구매업무는 매우 많기 때문에 비전략적 거래절차는 비교적 간단하고 의사결정도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을 보인다. 즉 의사결정 과정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지 않으며 결정된 품목에 별다른 불평이나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다.
우리는 비전략적 제품이나 서비스를 납품하는 공급업체들이 구매 업무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객과 계약하기 위해 애쓰는 상황에서 그들은 공통적으로 두 가지 실수를 저지른다.
고객이 필요로 하지 않을 때도 제안한 제품의 우수성을 계속 강조한다.
공급업체는 고객의 요건을 넘어설 정도로 우수한 품질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하면 고객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부가적인 사양이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한다며 의심 많은 고객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어느 의과대학 부속병원의 구매 담당 이사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런 면에서 참고할 만하다. 그녀는 항균 코팅 봉합기구를 개발한 어느 공급업체의 영업사원이 이 값비싼 제품을 팔기 위해 자신을 계속 찾아왔다고 했다. 대부분의 외과 치료에서는 평범한 봉합기구를 사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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