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경제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격뿐 아니라 가격 전략을 전면 재고해봐야 한다. 즉 고객에게 요금을 청구하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전략
최고의 가격 책정 혁신은 대부분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제품을 임대해주거나 서비스를 하루가 아닌 시간 단위로 판매하거나 소비자의 실제 사용량을 더 잘 측정하는 기술을 적용하는 등 다른 업계의 모델을 차용한 결과다.
실행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가격 책정 전략을 각각의 비용과 함께 고려해본다. 새로운 가격 책정 옵션을 추가하면 고객이 자신의 니즈에 맞는 옵션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거의 한 세기 동안 대부분의 자동차보험 회사는 동일한 방식으로 서비스 가격을 책정해 무제한 운전에 대한 연간 보험료를 고객에게 부과해왔다. 보험료는 운전자의 연령, 차량, 운전이력, 예상 연간 주행거리, 보장 수준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지지만 기본요금 체계인 연간보험료는 업계의 표준이었다.
10여 년 전 미국 보험사 올스테이트Allstate의 경영진은 이런 질문을 두고 고심하기 시작했다. 누가 안전하게 운전하고 누가 얼마나 오래 운전석에 앉아 있는지를 더 잘 평가할 수 있다면 가격 책정 방식을 개선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할 수 있지 않을까? 신중한 연구 끝에 올스테이트는 ‘그렇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2010년 올스테이트는 원격계측 기술(플러그인 장치 또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등록 고객의 급제동, 과속과 같은 운전 습관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프로그램 드라이브와이즈Drivewise를 도입했다. 올스테이트는 이제 더 정확한 데이터에 의존해 보험료를 조정할 수 있다. 안전한 운전자임을 자신하는 사람들이 드라이브와이즈로 몰려들었다. 드라이브와이즈는 보험료를 낮춰주는 좋은 운전 습관을 알려주는 개인 맞춤형 피드백도 제공한다. 얼마 전까지 원격계측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매키니스David MacInnis에 따르면 “고객은 비용 절감과 게임화에 열광”한다.
2016년에 올스테이트는 자주 운전하지 않는 고객을 위한 마일와이즈Milewise라는 또 다른 혁신을 도입했다. 마일와이즈 고객은 고정 연간보험료 대신에 낮은 일일 요금과 실제 운전 내역을 기반으로 한 마일당 요금(이 역시 원격계측 데이터에 의해 결정된다)을 지불하고 보험을 적용 받는다. 마일와이즈에 등록한 운전자는 보험료를 평균 50% 줄일 수 있다.
원격계측 기반 보험료 책정을 허용하는 주에서 올스테이트 자동차보험 신규 고객의 36%가 이제 드라이브와이즈 또는 마일와이즈 가격 옵션을 선택한다. 2020년과 2021년에 코로나19 제한 조치로 통근이 줄어들자 올스테이트 마일와이즈 프로그램을 적용받는 차량대수는 725% 증가했다. “이 상품에 대한 고객 만족도는 이것이 자동차보험의 미래임을 보여줍니다.” 매키니스는 말한다. 사실 올스테이트 외에도 원격계측 기반 정책을 제공하는 기업은 많이 있다.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 리버티 뮤추얼Liberty Mutual, 스테이트 팜State Farm, 네이션와이드Nationwide 모두 이런 정책을 운영한다.
보통 업계마다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책정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있다. 장작은 코드cord 단위로 가격이 책정되고 가공육은 파운드 단위로 가격이 책정된다. 예전부터 그래 왔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이런 패러다임을 다시 생각해보고 기존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신규 고객을 유치해 수입과 이윤을 높이는 방식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한때 시트당 라이선스per-seat licensing 방식을 적용해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는 직원 한 명당 요금을 기업 고객에게 부과했다. 요새는 많은 기업이 수도 요금이나 에너지 요금을 부과하듯이 계량 사용량에 기반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모델로 전환했다. 운송료와 우편 요금은 전통적으로 중량과 이동거리를 기준으로 책정됐다. 이제는 고정가격을 지불하고 상자나 봉투를 구매해 최대한 많은 물건을 집어넣으면 미국우정청U.S. Postal Service이 소포의 중량이나 이동거리에 관계없이 배송해준다. 한때 잡지사들은 인쇄잡지 연간구독권을 제공했다. 하지만 출판계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내가 컨설턴트로 일했던 HBR을 비롯한 일부 미디어 기업에서는 이제 월간구독 옵션도 제공한다.
가격 책정 패러다임을 다시 논하려면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대부분 조직에서 가격 책정에 대한 논의는 레스토랑 음식 가격을 27.99달러로 할지 아니면 29.99달러로 할지 정하는 것처럼 단순한 가격 설정에 중점을 둔다. 이런 결정은 가격, 고객 수요, 그리고 기타 옵션과 관련된 가치에 크게 좌우된다. 일부 기업은 굿-베터-베스트(G-B-B) 가격 책정과 같은 보다 정교한 접근방식을 채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