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ADERSHIP
당신에게 필요한 두 가지 리더십
최고의 리더는 누구인가? 앞장서서 책임지고 명령을 내리고 사람들이 일을 잘하도록 밀어붙이는 리더인가? 아니면 한발 물러서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힘을 실어주는 사람인가?
내용요약쟁점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리더와 책임지고 사람들이 훌륭한 일을 하도록 밀어붙이는 리더, 어느 쪽이 최고의 리더십 스타일인가?
정답이는 양자 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유능한 리더와 팀은 순간의 필요에 따라 일상적으로 한 쪽 모드에서 다른 모드로 전환하기도 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도 한다.
시사점리더는 리더십 스타일을 바꾸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가정과 신념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자기 자신과 팀을 분석하고 한 가지 권력 모드 또는 다른 모드에 갇혀 있는지를 모두가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리더는 각 상황에서 기대되는 모드가 무엇인지 명확한 신호를 보내고 말과 행동으로 이중 모드 접근법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수년간 이런 상반된 리더상을 두고 그동안 저명한 리더와 학자들이 토론한 내용을 검토하고 수백 시간 이 문제를 고민한 결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능한 리더는 상황이 요구하는 데 맞춰서 양쪽의 리더십을 일상적으로 왔다갔다 한다. 그리고 이런 식의 전환에 능숙한 팀원들로 팀과 조직을 구성하며, 공식적인 권한 및 그동안 쌓인 직원들의 존경심을 활용해 구성원들이 리더십을 전환하는 시점과 방법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아스트라제네카, 마이크로소프트, 픽사, 디자인 전문기업 아이디오
IDEO, 프로농구팀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Golden State Warriors, 전문 및 금융 서비스 기업, 의료기관, 석유 및 가스 대기업,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등 다양한 조직들과 인터뷰, 관찰,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중
bimodal리더십 구조를 파악했다. 성공한 관리자들은 일의 진행 상황에 따라 그들이 행사 또는 위임하는 권한의 크기를 의도적으로 조정해 팀의 성과를 끌어올린다. 다음에서 이들이 구사하는 전략을 자세히 살펴보겠다.
이중 권력 모드Dual power mode의 사례리더와 팀이 ‘권한 행사’나 ‘수평
flat' 모드 둘 중 한 쪽에만 빠지면 문제가 생긴다. 권한 행사 모드는 리더가 권력을 꽉 쥐고 있는 상태, 수평 모드는 리더가 위계 구조를 없애고 권력을 공유하는 상태를 말한다. 고압적이고 명령하는 리더가 지배하는 팀은 기업의 생명줄인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창출할 수 없다. 필자들이 수행한 10개 스타트업의 심층 사례 연구에 따르면 이런 하향식 모드에 갇힌 기업의 CEO들은 ‘돈 주는 사람은 나니까 직원들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이들은 직원들로부터 아이디어와 제안을 얻는 데 필요한 기술과 신뢰성, 믿음이 없었다. 반면 수평 모드에 갇힌 벤처기업은 효과적인 실행의 원동력이 되는 명확한 의사결정, 규율화된 조직성, 효율적인 조치가 부족했다. 일례로 한 CEO는 끊임없이 팀의 의견을 참고하고 피드백을 요청했으며 모든 사람의 의견이 타당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또 긴급한 결정을 미루고 자신보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구성원의 조언에 따라 결정을 내렸다.
가장 성공적인 리더와 팀은 거의 정체하지 않는다. 새로운 스타트업을 위한 창업 아이디어 개발을 위해 경쟁하던 258개 가상 팀을 연구하면서 우리가 발견한 사실이다. 이 대회의 수상 팀에는 스탠퍼드경영대학원이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를 선도하는 벤처 투자가들이 팀의 성과를 평가하는 심사위원으로 나섰다. 여기서 우리는 ‘한 사람이 확실한 주도권을 잡는’ 방식과 ‘모두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방식 사이를 일상적으로 오가는 팀이 두 모드 중 하나만으로 운영되는 팀보다 성과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또 다른 연구에서 다양한 기업 고위경영진으로 구성된 150개의 임시 팀을 대상으로 무작위 실험을 수행했다. 50개 팀의 리더는 전통적인 위계 구조를 유지했고, 다른 50개 팀의 리더는 수평적 위계 구조를 만들었다. 남은 50개 팀을 이끄는 리더는 두 방식을 번갈아 사용하며 구성원에게 의견과 아이디어를 제안할 시간을 주면서도 필요 시 개입을 해 권한을 행사했다. 각 팀은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했다. 매일 등반 시작 및 종료 시간, 당일 등반 여부 결정, 팀원 간 산소 할당 방법 등 다양한 의사 결정의 질을 평가받았다. 그중에는 서로 다른 멤버들이 가진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결정해야 하는 내용이 많았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두 가지 모드를 번갈아 사용한 팀이 다른 팀들보다 객관적으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리며 훨씬 뛰어난 과제 수행 능력을 보였다.
리더십 전환의 시점과 장소, 방법권력 모드 전환에 능숙한 리더는 아이디어 창출 등 발산적 사고
divergent thinking가 필요한 시점과 다음 단계의 계획 수립 등 수렴적 사고
convergent thinking가 필요한 시점을 모든 사람에게 알려 준다. 그들은 팀이 어떤 시점에 제안을 하고 문제와 리스크에 우려를 제기하거나 논쟁을 해야 할지에 대해 명확한 신호를 보낸다. 또 구성원이 심리적 안전감을 갖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든다. 즉 내가 존중 받고 가치를 인정 받으며 사람들이 나의 발언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토론을 마무리 짓고 결정을 내려 행동을 취할 시점이 되면 숙련된 리더는 그가 다시 주도권을 쥐겠다는 신호를 보낸다.
이것이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영화 제작자들이 작업하는 방식이다. 픽사는 ‘라따뚜이’ ‘니모를 찾아서’ ‘소울’ ‘인크레더블’ ‘토이스토리’ 시리즈 같이 흥미로운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많은 수익을 거둔 영화 제작사로 유명하다. 픽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32년간 회장을 지낸 에드 캣멀Ed
Catmull에 따르면 픽사는 ‘두뇌위원회
brain trust’라고 불리는 조직의 회의체에서 권력전환 방식을 활용한다. 이 회의에서 스토리 아티스트, 프로듀서, 감독 등 영화 제작자들은 제안과 비평, 다양한 솔루션을 토론해 감독이 영화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회의실 밖에서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권한이 클 수 있지만 두뇌위원회에서는 모든 사람의 발언이 동등합니다. 회의실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동료로 바라봐야 합니다.” 최근 캣멀이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다. 그는 또 ‘회의실 내 권력을 없애기’ 위해 가장 권위 있는 사람들이 ‘처음 10~15분 동안 잠자코’ 다른 사람들의 발언을 듣고만 있는다고 덧붙였다. 동료로서 아이디어 공유 및 토론이 끝나고 회의를 마치면 다시 위계 구조로 돌아간다.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한 최종 결정은 항상 감독의 몫입니다.” 캣멀의 말이다.
회의는 리더가 권력 모드를 전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사람들은 회의를 싫어하지만 조직은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가능한 해결책을 토론하고 의사 결정을 전달하며, 실행 방향을 조정하고 직원에게 열정을 불어넣을 수 있는 회의를 필요로 한다. 조직에 회의가 지나치게 많은 경우가 많지만 어느 정도의 회의는 늘 필요하기 마련이다. 유능한 리더는 회의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권력 모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과 방법을 이해했다면 다음 4단계를 통해 전환 능력을 키울 수 있다.
1 마인드셋을 재점검한다많은 지도자들은 권력에 대한 잘못된 믿음 때문에 권한의 행사와 위임을 번갈아 수행하지 못한다. 이런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위계가 고정돼 있다는 가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대부분 기업은 주요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자를 명시한 직위 및 보고 체계가 표시된 조직도를 당연하게 갖고 있고 또 필요로 한다. 그러나 요령 있는 리더는 어지럽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조직 생활의 특성상 조직 내 항상 동일한 서열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현명한 방식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
최고 팀의 구성원은 역할과 규칙을 악보대로 정확하게 연주하는 음악 작품처럼 취급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재즈 뮤지션처럼 즉흥 연주를 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서로의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변주하면서도 원래 주제의 제약을 받으며 따라간다. 재즈 밴드는 정기적으로 리더를 바꿔 각 연주자에게 솔로 연주를 하거나 음악적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다른 연주자들은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다른 뮤지션을 보조하는 이런 능력을 컴핑
comping이라고 한다. 메인 연주자의 연주를 듣고 거기에 응하면서도 메인 연주보다 튀지 않게 연주하는 컴핑은 재즈 연주자들이 다른 뮤지션들의 큰 존경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성공적인 리더는 훌륭한 재즈 연주자처럼 권한을 발휘하면서도 적절한 시점에 포기할 줄 아는 능력이 탁월하다. 필자들은 한 스타트업에서 이런 사례를 목격했다. 이 회사의 CEO는 팀에게 자신은 “영업을 정말 못한다”며 한 여성 담당자에게 영업전략 수립 회의의 주재를 맡겼다. 그녀가 회의를 이끌었고 CEO는 가끔 질문할 때만 끼어들었다. 회의가 끝날 무렵 CEO는 다시 주도권을 가져와 여성 담당자가 정리한 목록에 몇 가지 사항을 추가하고 그녀가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지시한 다음 회의실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전략을 지원하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이런 접근방식을 통해 그는 모든 팀원이 후속 조치를 취하고 새로운 전략을 조직적 차원에서 실행에 옮기도록 할 수 있었다.
권력을 공유해도 권위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많은 리더들은 다른 사람들이 의견을 표명하고 결정을 내리게 하면 자신의 지위가 약해질까봐 두려워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세덜 닐리
Tsedal Neeley 교수와 IESE경영대학원 B. 세바스티안 라이헤
B. Sebastian Reiche 교수의 연구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권력을 양도하는 시점과 방법을 아는 리더는 존경과 헌신을 얻는다. 최고의 인재들은 이런 리더 밑에서 일하고 싶어하고 전문적 관련성이 가장 높은 팀원이 의사 결정을 좌우한다. 이런 팀은 더 좋은 성과를 낸다.
닐리 교수와 라이헤 교수는 미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기술 컨설팅 회사의 고위 리더 115명을 추적했다. 그들 대부분은 경험이 거의 없는 국가에서 프로젝트를 판매하고 구현하는 일을 담당했다. 상사로부터 최고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보다 많이 승진한 리더는 일상적으로 위계를 수평적으로 만드는 리더들이었다. 그들은 위에서 군림하며 권력을 행사하기보다 직원들과 나란히 일하는 ‘아래로의 존중downward deference’을 실천했다. 한 브라질 출신 리더는 싱가포르 팀에 “여기서 일자리를 한 번 바꿔 봅시다. 여러분이 저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여러분을 위해 일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처럼 아래로 존중하는 리더들은 부하 직원들의 판단을 따르며 그들의 기술적 문화적 전문성을 인정했다. 반면 실적이 가장 저조했던 간부들은 엄격한 서열 유지를 고집했고 심지어 현지 전통과 시장에 관해 전혀 무지한 경우에도 자신이 사무실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인 양 행동했다. 한 미국인 상사는 중국 현지 팀을 신뢰하지 않고 말을 너무 많이 하며 ‘많은 일들을 이끌어 본 내가 전문가’라는 식으로 행동하다가 결국 1년 만에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2 자신과 팀을 분석한다리더와 팀은 자신이 하나의 권력 모드에 갇혀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본인의 성향을 인식하고 팀원들에게도 각자의 성향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자신의 습관을 연구한다 토론 중 나의 발언 시간을 돌아본다.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리더는 모든 사람이 아이디어를 제안해야 하는 회의 석상에서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하는 경우가 많다. 한 수업에서 학생들이 5개 스타트업의 전사 회의
all-hands meeting에 참석해 각 참석자의 발언 시간, CEO의 발언 횟수, 해당 CEO가 직원에게 질문한 횟수를 추적했다. 사람들에게 모든 회의는 서로 안부를 전하며 도움을 요청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한 CEO는 자신이 15분간의 스탠드업 회의에서 전체 시간의 50% 이상 발언하고 10번의 진술을 하며 질문은 2개에 그쳤다는 사실을 알고는 어이없어 했지만 이런 피드백 덕분에 바뀔 수 있었다. 이후 회의에서 그의 발언 시간은 약 30%로 감소했으며 그는 직원들에게는 더 많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나의 행동을 지켜보며 솔직하게 말해 줄 수 있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적극적인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는 대화에서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하지는 않는지, 내가 있는 자리에서 사람들이 생각 밝히기를 불편해하고 그래서 토론이 잘 이뤄지지 않는지 알려 달라고 요청한다.
팀의 평소 상태를 연구한다 팀의 기본 모드를 파악할 뿐 아니라 리더 자신의 행동이나 팀의 과거 등 그런 모드를 야기하는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구성원들이 안전 지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모드 전환을 가르치는 방법을 파악해야 한다.
우리와 함께 작업한 경영진의 CEO는 아무리 요청해도 구성원들이 좀처럼 의견을 밝히거나 토론을 하지 않아 곤란해하고 있었다.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팀은 CEO가 토론과 의사결정을 장악하는 권한 행사 모드에 빠져 있었다. 회사가 기업회생이나 팬데믹 등 일련의 위기를 헤쳐나갈 당시에는 이런 모드가 통했지만 지금은 팀원들이 조직에 공헌하고 아이디어를 토론하며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을 해쳤다. 필자들은 CEO 및 팀과 함께 작업하며 ‘토론, 다짐
commit, 실행’이라는 슬로건을 채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우리는 회의마다 팀원 한 명을 지정해 건설적인 비판자
devil's advocate 역할을 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툴을 활용하는 방법을 교육했다. 360도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해 팀 회의 시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토론하는 시점과 방법을 팀원들이 다시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정반대의 문제가 발생하는 팀도 있다 이런 팀은 브레인스토밍과 토론을 멈출 수가 없고 진작에 결정을 내리고 실행했어야 하는데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다. 리더가 개입해서 억지로라도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현상 때문에 실패하는 스타트업을 많이 봤다. 일례로 한 스타트업은 투자자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두 공동 창업자 중 누가 CEO가 될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고 규격 등 제품 구축 방법과 공략할 시장의 범주 등 시장 출시 방법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명확한 의사결정권자가 없는 상황에서 계속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정체된 사이 제품 개발 지연에 좌절한 투자자들은 사업에서 손을 떼 버렸다.
3 기대치를 설정한다숙련된 리더는 한 가지 권력 모드 또는 다른 모드를 운영해야 하는 시점에 주저하거나 애매하게 얼버무리지 않는다. 리더는 회의, 프로그램, 투어, 기타 모임 전에 사람들이 어떤 모드에서 일해야 하는지에 관한 정확한 신호를 보낸다.
모드 변경을 어젠다에 상세히 명시한다 팀의 모드 변경이 잘 안 된다면 지난 5~6회 회의의 어젠다를 살펴보자.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내거나 토론해야 할 때와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명확히 제시돼 있는가? 어젠다 항목 아래 ‘토론’이라고 명시하고 토론에 할애할 시간도 구체적으로 적어 놓으면 좋다. 그 다음에는 ‘다짐과 실행’이라고 적고 의사결정자의 이름도 명시한다. 결정을 발표하고 이 결정이 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질문을 받고 답하기 위한 회의라면 그 점을 회의 공지글에 명시한다. 브레인스토밍이나 의견 제시를 위한 자리가 아님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회의를 차별화한다 직원들이 권력 모드를 전환하게 하는 또 다른 방법은 회의 목적을 규정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몇 달간 당시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역의 코도뇨병원
Codogno Hospital 병원장이었던 마시모 롬바르도
Massimo Lombardo가 사용한 방법이다. 코도뇨병원은 갑자기 환자 쓰나미가 몰려와 병상 및 직원 근무시간 측면에서 수용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바이러스 진단 검사를 처리하는 데도 며칠이 소요됐다. 병원 리더와 직원들은 병원 수요가 폭발하는 시기에 혁신을 단행해야 했다. 롬바르도는 일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직원들이 지령을 받는 회의와 아이디어를 내는 회의를 구분했다. 병원 직원들이 하루 계획을 조정하기 위해 모이는 전 직원 아침 조회는 명령을 받는 시간이었다. 반면 하루에 두 번 열리는 보고 회의는 배관공에서 간호사, 외과의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원이 경험을 공유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하는 회의로 규정했다. 보고 회의 시 롬바르도는 모든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그들의 의견에 감사를 표했으며 제안된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고려했다.
이런 새로운 접근방식은 효과가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보고 회의의 브레인스토밍 시간에 제안된 솔루션 덕분에 코도뇨병원 및 코도뇨병원이 솔루션을 공유한 타 이탈리아 병원들도 코로나 위기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의식ritual을 활용해 모드를 전환한다 많은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이들은 주의를 전환하고 마음을 집중하기 위해 어떤 의식을 치른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3루수 웨이드 보그스
Wade Boggs는 매 경기 전에 치킨을 먹었고 타석에 설 때마다 흙에 생명을 뜻하는 히브리어 기호 ‘하이
chai’를 적었다.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는 첫 서브 전에는 정확히 다섯 번, 두 번째 서브 전에는 두 번 공을 튕긴다. 발레리나 수잰 패럴
Suzanne Farrell은 무대에 오르기 전에 작은 장난감 쥐를 레오타드 안에 집어넣고 두 번 성호를 긋고 살을 두 번 꼬집었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이런 의식은 스트레스가 큰 업무를 수행하기 전에 직원들의 불안을 줄이고 자신감을 높여주며 특히 집단적 의식 행위는 업무에 의미를 부여해 집단의 성과도 개선시킨다. 무엇보다 이런 의식은 한 권력 모드에서 다른 권력 모드로의 전환을 알리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예컨대 우리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미 해군 실SEAL 팀은 순수한 지휘통제 임무 모드에서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비판과 제안, 치하를 하는 사후검토 모드로 전환할 때 일시적인 계급 평등을 알리기 위해 참석자 전원이 모든 계급장을 뗀다.
거짓 평준화를 피한다 우리가 한 기업에서 권력의 이동 개념을 소개하자 산제이(가명)라고 하는 한 임원이 자신의 상사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의 상사인 아레타(가명)는 산제이에게 회의를 직접 진행하며 중요한 결정을 내려 줄 것을 반복해서 요청했다. 그런데 막 결정을 내리려는 최후의 순간 갑자기 끼어들어 본인이 결정을 내려버렸다고 한다. 리더가 실질적으로 통제권을 포기하길 어려워하고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거짓된 약속으로 부하직원들을 달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나 적어도 그렇게 행동하는 조직에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진다. 이런 경우 리더들의 공허한 말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팀원들이 리더를 신뢰할 수 없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급을 평준화하기로 약속한 시간이 돼도 침묵을 지키거나 상사가 통제권을 다시 빼앗아 가길 기다리며 참여하는 시늉만 한다.
4 말과 행동으로 모드 변경을 강화한다우리는 리더들을 코칭할 때 하마 비유를 든다. 리더는 하마처럼 물 밖으로 나와 권력을 행사해야 할 때와 다른 사람에게 권력을 넘겨주고 가라앉아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 물 속에 있을 때는 수면 위로 눈만 내 놓고 팀을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 이런 하마 비유는 리더가 ‘항상 물 밖’에 있거나 ‘항상 수중’에 있는 모드에서 벗어나 적시에 적절한 수준의 권한을 팀에게 넘겨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리더가 단어 선택, 신체 언어, 특정 회의 참여 여부와 참여 방법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직접 모범을 보인다 우리가 연구한 최고의 회의에서는 팀원 간 조직적인 권력 이동이 자동적이고 즉각적이며 품위 있게 이뤄졌다. 일례로 한 다국적 의료 기업의 CEO는 회사가 실현하고자 하는 큰 비전을 상기시켜 주는 몇 가지 고무적인 내용으로 11명의 경영진과 월례 회의를 시작했다. 그는 최고마케팅책임자에게 바통을 넘겼고, 최고마케팅책임자는 새로운 브랜드 로고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 토론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회의실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솔직한 생각을 말해 달라고 요청하자 사람들은 수많은 사실들과 조언, 우려 사항들을 앞다퉈 공유하기 시작했다. CEO는 마지막으로 발언하려고 일부러 회의실 뒤쪽으로 가 있는 등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권한을 노골적으로 축소했다. 열띤 수평적 토론을 마친 후 최고마케팅책임자는 다시 주도권을 잡고 새로운 브랜드 로고의 최종안을 결정했다. 그러자 CEO가 다시 전면에 나서 다음 안건에 대한 토론을 이끌었다. 모든 팀원들이 권한을 가져오고 공유하며 양도하는 데 능숙했고 모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효율적인 토론이 가능했다.
모드의 전환을 알린다 간단하고 명확한 말로 지금 모드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목소리 톤을 조금 높여도 된다. 우리와 함께 작업한 한 글로벌 기술 기업의 CEO는 “잠깐 브레인스토밍 해 봅시다” 내지 “많은 의견들을 들었으니 이제는 결정을 내립시다”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중간에 끼어들며 이런 말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말을 잘하면 상황이 명확하고 편안해질 수 있지만 잘못하면 두려움과 혼란의 씨앗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토론을 원할 때는 “반대하는 사람 있습니까?”처럼 위협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어투를 사용하면 안 된다. 그러면 당사자가 이미 마음을 정한 상태에서 마지못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묻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다른 관점을 가진 분이 혹시 계십니까?” 또는 “이 결정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요?”라는 식으로 말할 수 있다. 말을 조금만 바꿔도 효과가 커질 수 있다.
신체 언어를 사용한다 비언어적 행동은 메시지를 강화하거나 약화할 수 있다. 테이블 상석에서 팔짱을 끼고 선 채로 “다른 견해를 가진 분 계십니까?”라고 물으면 테이블 중앙에 앉아 팔짱을 끼지 않고 얼굴에 약간의 미소를 머금은 채 같은 질문을 하는 것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다. 회의실에 있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게 발언 기회를 줄 수 있다.
우리가 만났던 한 숙련된 관리자는 회사에서 리더십으로 상을 받은 사람이다. 그는 한 팀원이 제시한 문제에 모든 구성원이 달라붙어 해결하기를 바랄 때 이런 식으로 말했다. “여러분 모두가 이 문제를 해결해 보세요. 여러분이 저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앞에서 물러나 회의실 뒤로 간다.
분위기 파악을 한다 유능한 리더는 명령통제 모드에서 권한부여 모드로 전환이 필요한 적절한 시점을 안다. 2014~2015 시즌에 전미농구협회 역사상 감독 첫해에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감독 스티브 커S
teve Kerr의 사례를 살펴 보자. 그는 팀 역사 40년 만에 첫 NBA 우승을 이끌었다. 그 후 7년간 워리어스는 3번이나 더 우승했다.
커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시즌 중에도 선수들에게 여러 번 경기 방법을 결정할 기회를 제공한다. 선수들 스스로가 경기 중 사용할 전략을 직접 결정하는 식이다. 커가 감독으로서 보통 하는 일이다. “분위기 파악을 하는 겁니다. 시즌은 길고 많은 끈기가 필요하죠. 동기 부여가 필요한 때를 알아차려서 바로 그런 순간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겁니다.”
회의실을 나온다 내가 회의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말과 행동을 하든 내가 있다는 자체만으로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제시한 다음에 내가 가진 권위 자체가 사람들의 발언과 토론을 억눌러서 모두가 나의 의견만을 기다리는 어색한 침묵이 이어질 수 있다. 이럴 때는 회의실을 나와 버리거나 아예 처음부터 들어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픽사에서 캣멀은 스티브 잡스에게 두뇌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잡스가 참석하면 영화 제작자들간에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흐름이 뚝 끊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1962년 10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플로리다에서 불과 100마일 떨어진 쿠바 섬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려는 소련의 노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논의했다. 심리학자 어빙 L. 재니스
Irving L. Janis가 1982년 저서 에서 언급했듯이 케네디는 다양한 관점과 지식을 가진 약 20명의 전문가를 한자리에 모았다. 그들이 집단사고
groupthink를 피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더 작은 팀으로 나눠 각 팀에게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 다음 ‘대통령이 회의실에 함께 있으니 의견 교환이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는 남동생 로버트 케네디의 조언에 따라 의도적으로 일부 팀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성공적인 리더십의 비결은 언제 나서고 언제 물러나야 할지, 그리고 지금 현재 필요한 모드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직원들에게 보내는 방법을 아는 데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LA 다저스 야구팀의 위대한 감독 토미 라소다
Tommy Lasorda는 이렇게 말했다. “관리
managing란 손에 비둘기를 들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너무 세게 쥐면 죽고 너무 느슨하게 쥐면 날아갑니다.”
린디 그리어(Lindy Greer)는 미시간대 스티븐로스경영대학원의 경영 및 조직 교수로 재직하며 생어 리더십 센터(Sanger Leadership Center)를 이끌고 있다.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는 행동과학자이자 하버드경영대학원 탠던 패밀리 경영학 교수다. 저서로는 가 있다.
로버트 I. 서튼(Robert I. Sutton)은 조직심리학자이자 스탠퍼드대 경영과학 및 공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 허기 라오(Huggy Rao)와 공저한 등 7권이 있다.
번역 류아람 에디팅 배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