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모델을 떠받친 초기 아이디어 중 대부분이 비주류에 속하거나 심지어는 완전히 멍청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p.20)
우리 집 거실에 간이침대를 놓고 낯선 사람이 숙박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는 초기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저렴한 숙박비와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 아이디어에 열광했습니다. 공유경제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에어비앤비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기존 기업들은 공유경제 모델을 실행하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초기 아이디어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치밀한 논리와 이성에만 의존하는 기존 기업들은 사회과학 분야의 거장 제임스 마치 스탠퍼드대 교수가 제시한 ‘바보스러움의 기술(technology of foolishness)’을 익혀야 합니다. 파괴적 특징을 가진 공유경제 모델의 위협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으려면 ‘현명한 바보’가 돼야 합니다.
“에디슨의 진짜 업적은 전구를 작동시킬 수 있는 발전 및 배전 시스템을 만든 일이다.” (p.104)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한 게 아닙니다. 기술은 이미 한참 전에 개발돼 있었습니다. 전구에 새로운 필라멘트를 넣었다는 게 공로긴 하지만 이보다 훨씬 중요한 업적은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전구를 쉽게 쓸 수 있도록 총체적인 시스템을 만든 일입니다. 디지털 기술이 수많은 분야에 파괴적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음악 유통 사업처럼 디지털 사업 모델로 완전히 전환해야 하는 업종도 있지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처럼 여전히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힘을 발휘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분야라면 ‘디지털(digital)’과 ‘물리적 현실 세계(physical)’의 합성어인 ‘디지컬(digical)’ 전략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사례들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중국 산업계에서 일어난 일은 유전학으로 비유하자면 캄브리아 폭발과 같은 시기다.” (p.121)
중국을 빼놓고 성장을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에 대한 연구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중국의 경영 스타일을 분석한 이번 호 ‘The Globe’ 기사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철저한 위계질서를 강조하지만 강력한 분권화로 위계적 체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소한 일까지 최고경영자가 보고를 받지만 개별 사업 단위는 극도의 자율성을 행사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적 정치 구조 속에서 기업이 역동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만들어낸 진화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 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한국 기업을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기업의 경쟁력 원천을 탐구하는 것은 시급하고 또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Harvard Business Review Korea는 영어 콘텐츠를 쉽고 정확하게 번역하는 것 외에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한국인 전문가의 코멘터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호 ‘The Big Idea’ 코너의 라조닉 교수 글에 대한 최종학 서울대 교수의 코멘터리는 매우 가치 있는 토론과 논쟁 거리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자사주 취득에 대한 상반된 견해가 제시됐는데, 이에 대한 판단은 독자 여러분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더욱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매체가 될 것이며 어떤 의견이라도 보내주시면 소중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남국 Harvard Business Review Korea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namkuk_kim@hbr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