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에서 구권력 모델은 소비에만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 (p. 34)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도록 만들지만 고민했습니다. 이른바 구권력 모델입니다. 인터넷으로 촉발된 신권력은 이와 다르다는 분석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소비자에게 지갑을 열라고 강요하기보다 ‘참여’를 촉구합니다. 그리고 참여를 부가가치 창출의 원동력으로 삼습니다. 구권력 모델의 언론사는 내부 콘텐츠 제작 인력이 열심히 만든 제품을 사라고 요구합니다. 신권력 모델의 언론사는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한 콘텐츠로 회사를 운영합니다. 구권력 모델의 금융회사는 돈을 맡기면 알아서 굴려주겠다고 하지만 신권력 모델의 금융사는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해 의사결정을 하게 합니다. 권력의 관점에서 분석한 새로운 변화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전체 스타트업의 50%가 4년을 버티지 못한다. 이 기업들은 성공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며 매진하는 인력들로 꾸려진다. 그런데 짬을 내 일하는 파트타이머 집단이 이들에 비해 성공할 확률이 더 높겠는가?” (p. 53)
많은 기업들은 혁신 프로젝트를 위해 다양한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합니다. 하지만 성공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어떤 대기업은 1000억 원을 투자했는데 단 한 건의 성공 사례도 만들지 못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목숨 걸고 혁신 프로젝트에 매진하는 스타트업 기업도 성공 확률이 높지 않습니다. 그런데 안정된 대기업에 근무하는데다 파트타임으로 참여하는 직원들로 구성된 TF를 통해 성공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글의 필자는 많은 사람을 TF 업무에 전념시킬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두세 명이라도 하루 종일 혁신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게 훨씬 효과적이란 설명입니다. 성장을 위해 중요한 TF라면 파트타임 관행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잘못된 답을 향해 떨어지는 폭포” (p.110)
특정 안건에 대한 사내 여론을 찬성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이해관계자를 모아놓고 사안을 설명한 뒤 미리 지정한 몇몇 사람이 찬성 발언을 하게 만들면 됩니다. 무척 간단하지만 실제 성공 사례를 많이 봤습니다. 이른바 폭포 효과입니다. 초기 몇몇 사람이 어떤 방향을 얘기하면 전부 이 방향으로 의견이 흘러갈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실제 배심원 대상의 실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물론 이 글의 취지는 여론을 조작하라는 게 아니고 집단 의사결정에서 이런 덫에 빠질 위험이 있으니 사전에 이를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집단 의사결정 편향에 대한 무척 흥미로운 지식이 소개돼 있습니다.
Harvard Business Review Korea 12월 호는 비즈니스의 영원한 화두인 혁신을 주제로 다뤘습니다. 실험과 학습을 키워드로 한 다양한 방법론을 활용해서 현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실용적인 아이디어로 발전시키길 바랍니다. 델타항공 CEO의 혁신 성공담도 여러 통찰을 줍니다. 풍성한 읽을거리와 함께 행복한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다음 호는 1, 2월 합본호의 특성상 제작 일정이 늦춰져 1월12일 전후로 배송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남국 Harvard Business Review Korea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