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기계, 그리고 일
우리가 로봇에 대해 느끼는 공포는 지극히 타당합니다. 대중문화는 우리에게 사악한 로봇들의 이미지를 각인시켰습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나오는 컴퓨터 할[1]처럼 잔혹한 로봇도 있었고,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로봇’에 나오는 큐티[2]처럼 오만한 로봇도 있었습니다. 이번 주제에 더 적합한 예로는 ‘로봇’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어낸 카렐 차페크가 1920년 발표한 희곡 ‘로섬의 만능로봇’에 등장한 드로이드를 들 수 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습니다.
HBR 역시 로봇이 가져올 위협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해왔고, 그런 고민은 1981년에 노동 분야 전문가 로버트 슈랭크가 쓴 글에 인상적으로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우화 형태로 쓰인 글에서 그는 로봇이 세상을 점령하면 노동자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상상하면서 다음과 같은 참신한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로봇을 구매해서 자신을 위해 일하게 할지도 모릅니다. 뉴욕시의 택시 영업허가증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말입니다.”
이러한 모든 이야기는 6월 호 스포트라이트 ‘인간과 기계’에 잘 정리돼 있습니다. 이번 호의 첫 번째 글에서 뱁슨대 교수인 톰 대븐포트와 HBR 콘텐츠 에디터인 줄리아 커비는 기계가 지식노동자들마저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두려움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기계와의 경쟁을 단거리 전력질주가 아니라 릴레이 경기로 만들라”고 제안하면서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조언과 함께 희망도 제시합니다.
<제2의 기계시대> 공저자인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의 의견도 들어봤습니다. 그들은 인터뷰에서 디지털 기술이 ‘제1 기계시대’가 낳은 엔진보다 더 큰 번영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그 혜택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지는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좋은 직업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겠지만 그렇지 않은 직업들은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맥아피는 이렇게 말합니다. “로봇이 요요마를 빠른 시일 내에 대체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세계에서 100번째로 뛰어난 첼리스트라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으니 저라면 그렇게 되고 싶진 않을 것 같습니다.”
대규모의 노동력 대체가 불가피하다고 가정할 때 과연 우리는 로봇 동료와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관련된 최근 연구들을 샅샅이 살펴본 HBR의 에디터 월터 프릭의 결론에 따르면 우리는 로봇이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을 때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 그 로봇이 너무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1]우주선에서 두뇌기능을 담당하는 컴퓨터로 승무원을 살해한다 - 역주
[2]탁월한 추론능력과 학습능력을 가진 로봇. 자신을 만든 존재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을 창조한 다른 존재를 찾아 다닌다 - 역주
편집장 아디 이그네이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