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때려치울 만한 이유는 정말 수만 가지다. 연봉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가려고, 또라이 같은 상사로부터 벗어나려고, 다른 일을 할 준비가 됐을 때, 우리는 사직서를 낸다. 나는 한때 꿈의 직장이라고 여겼던 곳을 몇 년 전에 그만뒀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번아웃, 탈진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퇴사는 두렵다. 잃는 것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동료들과 그동안 쌓아온 관계, 동료들과 조직에 대한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경제적인 안정을 포기해야 한다. 꿋꿋하고 강인하며 의리 있는 사람이라는 자아상이 흔들릴 수도 있다. 최근 출간된 여러 책에서는 퇴사의 비용과 편익을 가늠하는 법을 조언하며 ‘무엇을 잃을 것인가?’ 대신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자문하도록 권한다.
컨설턴트이자 전 포커 챔피언인 애니 듀크의 〈Quit〉는 옳은 의사결정을 하려면 언제나 행동하지 않을 때의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미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는 이유로 수확이 없는 길을 계속 가면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알려진 믿음과는 달리 포기하면 목적지에 더 빨리 갈 수 있다”.
결정이 옳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험에서 우러난 추측은 할 수 있다. 포커와 마찬가지로 ‘버틸까, 그만둘까’는 확률 게임이다. 듀크는 각 경로를 택했을 때의 기대 가치를 예측해서 정성적 결정으로 느껴지는 퇴사를 정량적 관점에서 보라고 추천한다. 먼저 현 직장을 계속 다닐 때와 새로운 선택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좋고 나쁜 결과를 수치화하는 체계를 만든다.(나는 가상 시나리오로 이를 시험하면서 1~10점으로 점수를 매기는 단순한 방법을 썼다.) 각각의 결과가 일어날 가능성을 예측한 뒤 해당하는 기대 가치 점수와 곱해서 모두 더한다. 이 방법이 지나치게 수치화하는 것이라고 느껴지면 그냥 이렇게 생각해보자. 지금부터 6개월 뒤 현재의 직장에서 행복할 가능성은 얼마인가? 새로운 길에서 행복할 확률은? 많은 사람이 첫 질문에는 확실한 ‘0%’로, 두 번째 질문에는 ‘알 수 없다’로 답한다. 그렇다면 0보다 높을 확률이 있다는 것이고 선택은 조금 쉬워진다.
나도 꿈의 직장을 그만두기 전에 비슷한 계산을 했다. 아무 준비 없이 직장을 그만두려고 하니 불안했지만 다른 일을 하면 더 행복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다. 사직서를 냈고 판단은 옳았다. 더 창의적이고 나를 채워줄 수 있을 만한 일을 찾았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졌다.
온라인 마케팅을 교육하는 에이미 포터필드는 〈Two Weeks Notice〉에서 창업의 자유를 위해 회사를 그만둔 이야기를 들려준다. 포터필드는 몇 년이나 다른 사람의 비전을 이루는 일을 하는 사이 ‘왜 퇴사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게 됐다. “어떤 일을 언제 어떻게 할지에 대해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싶지 않았다–다시는.”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시작하려는 독자에게 포터필드의 메시지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목표 고객층 설정, 이메일 리스트 작성, 수익을 창출하는 사소한 부분 등 실전 사업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처음부터 자신만의 ‘이유’에 도달하는 과정과 그 결과 회사를 그만둔다는 결론이 나면 어떻게 나의 결정을 동료들에게 알릴지 등이 차근차근 설명돼 있다.
사회적 영향을 연구하는 기관의 CEO였던 앨리샤 페르난데스 미란다는 회사를 그만두고 색다른 길을 택했다. 〈My What If Year〉는 미란다가 이미 성공한 안정적인 사업을 잠시 놓고 다양한 인턴십을 경험한 과정을 다룬다. 포터필드가 원했던 기업가의 자유를 갖고도 더 모험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미란다는 이렇게 썼다. “나는 원하지 않았던 삶에 빠져들었다. 거기서 벗어날 방법은 내가 직접 개척한 세상에 폭탄을 던지는 것뿐이었다.”
미란다는 친구와 가족들의 격려에 힘입어 브로드웨이 제작사 두 곳, 피트니스 스타트업, 크리스티 경매장1, 스코틀랜드의 최고급 호텔에서 일하며 12개월 이상을 보냈다. 듀크의 기대 가치 계산이 현실에 적용되는 모습을 책 전체에서 볼 수 있다. 물론 대가는 컸다. 회사는 성장동력을 잃을 위기를 맞았고 1년치 연봉이 사라졌으며 가족의 일상도 흔들렸다. 그러나 미란다는 현상 유지에도 중대한 비용이 따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해서 더 많은 것을 얻으려 했다. “무엇을 얼마나 빨리 성취하는지가 나를 정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이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 주고 나의 열정에 불을 붙이는지가 중요했다.”
물론 누구나 일을 잠시 쉬면서 금전적 보상이 없는 일을 해볼 만큼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원봉사를 하거나 새로운 취미를 갖거나 수업을 듣는 등 크게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직업이나 직종에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팬데믹을 비롯한 여러 사건으로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일에서, 또 인생의 다른 측면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정말 대퇴사2시대가 도래했는지 노동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에 불과한지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그러나 수백만 명이 실제로 직장을 그만두면서 퇴사를 둘러싼 낙인은 어느 정도 사라졌다. 더 이상 퇴사를 실패나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결정이라 여겨서는 안 된다. 오히려 매우 신중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며 오히려 용기 있는 결정으로 봐야 한다. 세계적인 경제 전망이 어두운 만큼 우리는 계속해서 우선순위를 평가하며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야 한다. 무작정 버티기보다 오히려 그만두는 결정을 통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1Christie’s auction house, 1766년 12월 5일 영국 런던에서 제임스 크리스티가 창설한 상장 경매 회사.미술품 경매에 있어 세계 최고로 꼽힌다. 2Great Resignation,‘노동자들의 대거 퇴직’을 이르는 말. 미국에서 2021년부터 노동자들의 자발적 퇴직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신조어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