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Pick
“베푸는 사람들은 조직에서 가장 소중한 인재들이지만, 스스로 탈진할 위험 역시 가장 높다.”(p.34)
‘오리지널스’란 책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 와튼스쿨 교수가 HBR에 ‘호의(好意) 탈진(generosity burnout)’이란 흥미로운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조직 내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이타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가치는 매우 높습니다. 타인을 위해 배려하고 조직원을 위해 베푸는 리더가 되라는 사회적 압력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칫, 봉사와 배려 같은 탁월한 미덕이 오히려 자신의 삶과 조직의 성과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애덤 그랜트 교수는 경고합니다. 지나치게 이타적인 교사들에게서 배우는 학생들의 성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할 정도로 이타심을 발휘하면 본인과 조직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내가 타인을 위해 줄 수 있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해 선별적으로 이타심을 발휘해야 하며,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상대에게, 자신에게 주어진 본연의 과업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선행을 해야 이타심의 덫에 빠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신의 이타적 성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함께 제시되어 있습니다. 유용하게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성과가 뛰어난 CEO들이 항상 두드러지게 훌륭한 결정을 내렸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히려 그들은 결단력에서 훨씬 돋보인다.”(p.77)
이른바 CEO 게놈 프로젝트 결과가 이번 HBR에 공개됐습니다. 2000명의 CEO를 포함한 1만7000여 명의 고위임원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성공한 CEO의 특성을 추출한 이번 연구에는 많은 흥미로운 발견이 포함돼 있습니다. 우선 뛰어난 CEO 중 명문대의 상징인 아이비리그 출신은 7%에 그친 반면, 아예 대학 졸업장이 없는 사람이 8%로 나타나, 학벌은 현실 세계의 성과와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45% 정도는 과거에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 경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결단력 있는 사람들의 실적이 좋을 확률은 12배나 높았습니다. 결단력이 있다는 게 항상 좋은 결정을 내린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신중하게 많은 정보를 획득해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고 노력하다 보면 최적의 타이밍에 결정을 내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최고의 리더들은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결단을 내립니다. 물론 잘못된 결정으로 밝혀져 나중에 이를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을 하지 않은 것보다는 결단을 내리는 게 훨씬 조직에 도움이 된다는 게 이번 연구 결과의 시사점입니다.
“비즈니스에서는 비선형 관계가 강하게 나타나는 상황이 많으므로, 언제 비선형적 관계가 작동하는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 분야의 전문가든 아니든 마찬가지다.”(p.87)
인간은 세상이 선형적이라고 인식하곤 합니다. 커피 한 잔이 5000원일 때 5만 원을 주면 10잔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의외로 비선형적인 상황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브레이크 성능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소비자 만족도가 급감합니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더 이상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하더라도 소비자 만족도가 일정 수준에서 정체합니다. 이런 비선형적인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기업에서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바트 데랑헤 스페인 에사데경영대학원 교수 등이 비선형 세계에서 선형적 사고를 할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분석했고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한 솔루션도 제시했습니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는 시대에 큰 교훈을 줍니다.
김남국Harvard Business Review Korea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namkuk_kim@hbr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