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법인을 설립해 와이오밍 주의 땅 40에이커(약 16만 ㎡)를 사들였다. 물론 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 부동산 거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구매자 그룹에는 약 6000명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디스코드 같은 온라인 소통 플랫폼에서 만나 달러, 엔과 같은 법정 통화가 아닌 암호화폐로 토지를 매입했다. 정확한 매매내역은 아직 알 수 없다. 토지 자체에 대한 개인의 법적 권리와 토지의 사용 및 판매에 따른 수익금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이 거래에서 가장 이상한 점은 토지를 매입한 기업의 운영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CEO도, 이사회도, 관리자도, 기타 의사결정권자도 없다. 누구도 이 회사와 관련이 없다. 구매자 그룹이 의사결정을 위해 투표권을 행사하지만 이 프로세스는 자동으로 발생해 토지 구매자금을 푸는 일 같은 중대한 활동을 촉발한다. 그리고 이 투표는 실제 구속력이 있다. 어느 누구도 권위는 고사하고 투표 결과를 번복할 능력도 없다. 인간의 개입은 필요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지금부터 당신을 DAO의 세계로 안내한다.
DAO란 무엇인가
DAO(영어로는 다우 존스Dow Jones의 ‘다우Dow’처럼 발음하지만 한국어로는 ‘다오’로 표기한다)는 탈중앙화 자율 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의 약어다. DAO는 전통적 기업 구조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스마트 계약을 통한 운영규칙 자동 시행과 같은 몇 가지 기능이 추가된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우선 독립체digital-first entity다.(추가 기능의 세부사항과 흥미로운 점에 대해서는 뒤에서 설명할 것이다.) DAO의 구조는 다양하지만 구성원들이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공동사업체로 작동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떤 개인도 기존의 CEO나 고위경영진이 하듯 통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
대부분의 다른 웹3 기술과 마찬가지로 DAO도 현재 실험단계다. 형태, 구조, 적법성, 활용 사례 모두 아직은 생긴 지 얼마 안 됐다. 미국에서 지난 두 세기 동안 등록된 기업이 수천만 개에 이르지만 업계 추적 사이트 딥다오DeepDAO에 따르면 지금까지 등록된 DAO는 다해봐야 전 세계에 5000개가 안 된다. 1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DAO는 100곳 미만이다. 현재 DAO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규모 때문이 아니라 투자, 새로운 유형의 커뮤니티 구축, 역사적 혹은 문화적으로 중요한 아이템 획득, 자선활동 참여 등 이들이 수행하는 참신한 활동 때문이다.